[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books & films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나의 점수 : ★★★★★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
나는 이 책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원래 요리나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2014년을 맞이하며 세웠던 목표중의 하나가 "채식"이었다.
채식이라고 해서, 육수나 작은 고기조각도 피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영어로는 pescatorian이라고 말하는 해물은 먹고, 육류만 피하는 약간의 채식주의자가 되어보려는 마음이었다.
 
사실 나는 동물의 권리 차원에서 채식을 시행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동물의 고기가 '통조림'처럼 여겨지는 세태에 대해 비판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닭이나 돼지를 제대로 쳐다보거나 만지지도 못하면서,
통조림같은 무생명을 소비하듯, 아무 생각없이 삼겹살을 먹고 치킨을 먹는 행위가 거북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칼릴 지브란의 책 '예언자'에 보면, 정확한 구절은 생각안나지만, 이런 부분이 있다.
'우리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 동물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먹되, 먹으면서 우리 또한 우리보다 더 크신 신의 뜻에 우리 자신을 희생하고 순명하는 마음을 가지자'... 뭐 이런 부분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육식에 대한 인식 바로 그 자체이다.
동물을 먹으려면, 경외심을 가지고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의 삶 또한 더 크신 분의 선하신 뜻에 순명하겠다는 마음을 지니라고...


(여기까지 쓰고 칼릴 지브란 '예언자'의 해당 부분을 찾아보았다.
모두와 나누고 싶은 글이다.)

먹고 마심에 대하여

우리에게 먹고 마심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서 그는 대답했다.
너희가 대지의 향기로만 살 수 있고, 풀처럼 햇빛으로만 살 수 있다면.
그러나 너희는 먹기위하여 죽여야만 하고,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갓난 것에게서 어미의 젖을 뺏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그것이 하나의 예배 행위가 되게 하라.
또 너희의 식탁을 재단으로 삼아,
그 위에서 산과 들의 깨끗하고 순결한 것들이 너희 속안의 더 깨끗하고 순결한 것을 위해 희생되도록 하라.

너희가 짐승 하나를 죽일 때는 마음 속으로 그 짐승에게 이렇게 말하라.
너를 죽이는 바로 그 힘으로 나 역시 죽임을 당하며, 나 또한 먹힌다.
너를 내 손에 인도해준 그 법칙이 또 나를 더 힘있는 손에 인도할 것이기에.
너의 피나 나의 피나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늘나무를 키우는 수액(樹液)일 뿐.

또 너희가 사과를 한 입 깨물 때에 그것에게 말하라.
너의 씨앗이 내 몸 속에서 살아있을 것이며, 너의 미래의 싹이 내 가슴속에서 피어 나리라.
그리하여 너의 향기가 내 숨결이 되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온 계절을 즐기리라.

또 가을이 되어 포도주를 짜기 위해 포도밭에서 포도열매를 따모을 땐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라.
나 역시 하나의 포도밭과 같으니, 나의 열매 또한 포도주 짜는 기계속으로 거두어 지리라.
그런 다음 나 역시 새 포도주처럼 영원한 그릇에 담겨지리라.
그리하여 겨울이 되어 그 포도주를 따를 때면, 잔마다 하나의 노래가 너희 마음속에 있게하라.
그리고 그 노래 속에 그 가을날과 포도밭과 포도주 짜던 추억을 잊지 말라.
....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채식에 대한 좋은 인식이 있었고 언젠가는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이었지만
2013년 말에 회사동료가 채식 관련 여러 링크를 보내줬고 그걸 본 이후로 2014년 1월부턴 채식을 시행(엄격히 말하면 pescatorian)하리라는 마음을 결심했다.
http://www.meat.org/  - 이 사이트에 꼭 가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드디어 올해 초부터
(아주 가벼운 레벨의-해물 다 먹고, 가끔은 고기 반찬도 먹는) 채식 아닌 채식을 시행한다고 하니,
회사 선배가 이 책을 빌려줘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세상 모두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현재의 제도가 얼마나 비윤리적이며 건강하지 않은가를 자세히 고발한다.
요즘 다시 발발한 AI도 결국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였던 것.
생명이 통조림처럼 처리되고 다뤄지고 인식되는 것에 대한 나의 거부감이 옳은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음은 마음에 와닿은 본문 발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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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꼭 동물을 먹어야겠다면, 세상의 다른 동물들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겸손한 태도로, 아주 인도적으로 해야 한다.
 
동물들 말고는 '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전혀 없다. 땅 한 조각, 달빛이 들어올 창문 하나도 없다. 주변에 널린 이 이름없는 생명들을 잊고 이 작은 독자적 세계를 이토록 정밀하게 통제하는 기술적 조화를 찬미하는 것이, 기계의 효율성과 지배력을 보고, 그러고는 그 새들을 존재가 아니라 이 세계이 일부로, 즉 그 기계의 연장이나 그 안의 톱니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놀라울 지경이다.
(비인도적 축산 공장에 대한 묘사 파트이다.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뿐 아니라 돼지들도 조그만 상자에 갇혀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자라나다 몇주만에 도축된다.)

어째서 우리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저급한 감각인 미각이 다른 감각들을 지배하는 윤리 법칙에서 면제되는 거죠?

오늘날 공장식 축산업과 유행병의 연결 고리는 더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의 H1N1 돼지 독감은 본래 미국의 돼지 공장이 거의 다 몰려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공장식 돼지 축산 농가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 미국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우리가 공장식 축산 고기를 먹을 때 문자 그대로 고문당한 살을 먹고 사는 것이다. 점차 그 고문당한 살이 우리 살이 되어가고 있다.

웨이터가 주문을 기다릴 때, 혹은 쇼핑 카트나 장바구니에 마음 내키는 대로 뭔가를 골라담을 때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골리앗 같은 식품 산업 전체가 궁극적으로는 움직이고 결정된다.

저는 목장주의 책임이 단지 동물들에게 고통이나 학대로 벗어나게 해주는 것뿐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우리 동물들에게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믿어요. 우리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의 생명을 빼앗으니까, 동물들은 삶의 기본적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음식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 즉 동물에게 기쁨이 있는 삶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고귀한 일이라고 믿어요. 동물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목숨을 빼앗겨요. 저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 결국은 행복한 삶과 편안한 죽음, 바로 그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동물들의 복지 vs 동물들의 권리에 대한 논쟁 파트였다. 동물들의 복지를 생각해서, 자연주의적 농장에서 인도적 방법으로 키우고 인도적 방법으로 도축을 할 경우에는 문제가 덜하다는 것이 복지파의 의견이고, 권리파는 어떠한 경우에도 동물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생각. 나는 지금까지는 복지파에 가까운 의견이다.)

결국 인류가 육식을 중단함으로써 공장식 축산업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렇게 안 될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다루기 위해 뭔가 일어나야만 해요. 대안을 내고 지지할 필요가 있어요. 다행히도 희미하게나마 미래를 위한 희망의 빛이 보여요. 더 양식있는 농업방식으로의 회귀가 진행 중이랍니다.

무엇을 먹기로 선택하든, 먹는 것이 지니는 공적인 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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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제 겨우 1월말이다. 
채식 (pescatorian: 정확히는 해물채식~) 을 시행한 한달간
돈까스, 통닭튀김이나 삼겹살처럼 고기가 메인인 요리는 한번도 먹지 않았지만,
스시나 생선회를 평소보다 더 먹고 싶어하는 urge가 있었다.
그래도 아마도 내가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견딜 만했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고기를 먹더라.
물론 나도 이제껏 그래왔지만, 이제는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의 관찰자로서 그 현상이 눈에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언제까지 채식을 시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고, 사람들에게 이 좋은 점을 알리고 싶다.
이 책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데, 아직은 읽으려는 사람이 그닥 많지 않은 듯하다.
 
나의 바램은-
많은 사람들이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폐해를 깨닫고, 점차 양식있고 건강하고 윤리적인 가축 산업이 되기를 바라는 것.
그래서 자꾸 창궐하는 AI나 swine flu 같은 병이 돌지 않았으면...

고기를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도 희생된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전반적인 소비량도 줄이고,
한달에 한번 가량 무척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맙게 먹을 수 있다면...
산업화되기전 식량이 부족할 때, 집에서 기르던 가축을 먹을 때의 그런 경외심과 두려움으로
동물/고기를 감사히 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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